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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성 “입으로 뛴 마라톤, 대한민국 대표 선수죠”

마라톤계 ‘국민 MC’ 배동성이 경쾌한 발걸음으로 서울 청계천 돌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달 말 가수로서 새로운 앨범을 발매하는 그는 “어느 무대, 어느 자리에 있어도 마이크를 잡을 때는 그 순간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웃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마라톤 MC계 아이돌’ 배동성을 만나다

한 해 20∼50개 대회 진행…안전 책임 커
“컨디션에 맞게 뛰세요, 조심히 뛰세요”
참가자 하나하나 부르며 목청껏 응원
마라토너 SNS에 함께 한 인증샷 유행

대한민국 마라톤계에서 개그맨 배동성(52)은 진행자로서 독보적 존재다. 올해로 마라톤 대회 진행 17년차 경력을 지닌 그에게 ‘마라톤 MC계 아이돌’이라는 애칭은 기본. 마라토너들 사이에선 “배동성 목소리가 들려야 진짜 마라톤 대회”라는 평가가 주를 이룰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분야에서 만큼은 ‘국민 MC’ 유재석이 부럽지 않다.

● 마라톤 진행의 최우선 과제는 ‘안전’

배동성은 국내 주요 마라톤 대회를 모두 섭렵했다. 한 해에만 20∼50여개 대회의 진행을 맡다보니 봄·가을의 주말 일정은 거의 마라톤 현장이다. 일년 내내 검게 그을린 피부가 이를 증명한다. 더불어 배동성은 마라톤과 첫 인연을 맺은 2000년부터 동아일보가 주관하는 모든 마라톤 대회의 진행을 단 한번도 거른 적이 없다. 진행자를 위한 시상이 있다면 개근상은 떼놓은 당상이다. 그 스스로도 “입으로 뛴 마라톤 횟수로는 대한민국에서 내가 가장 많이 뛴 사람이 아닐까 싶다”고 자신했다.

물론 마라톤과의 첫 만남은 낯설었다. 스포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바탕으로 다수 기업의 체육대회 진행을 맡아왔던 배동성은 우연히 2000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진행자 제의를 받았다. 그때만 해도 그는 “마라톤은 그냥 뛰는 것 아닌가? 어떻게 사회를 봐?”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런 그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안전’이었다.

배동성은 “이전에는 대회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들이 내빈을 소개하고, 참가자들을 출발시키는 것이 전부였다. 참가자들 모두 별다른 안내 없이 죽기 살기로 뛰다 보니 안전사고가 많았다더라”며 “내가 처음 사회를 봤을 땐 출발 전부터 도착까지 ‘기록도 중요하지만 오늘 컨디션에 맞게끔 천천히 뛰세요. 조심히 뛰세요’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그렇게 계속 소리를 지르다보면 목이 금방 쉰다. 그래도 덕분에 안전사고가 현저히 줄었다”고 되돌아봤다.

이런 이유로 대회를 진행할 때면 ‘안전’에 대한 책임감이 가장 크다. 그는 “마라톤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다. 대회 시작 전 참가자들 모두 새끼손가락을 번쩍 들어올려 ‘나의 건강을 담보로, 가족의 행복을 담보로, 절대 무리한 레이스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다함께 외친다. 그러면 사람들이 오버페이스를 하겠나. 또 대회가 끝나면 항상 주최 측에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는지 물어본다. 다들 안전하게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개그맨 배동성.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웃고 또 즐기고’ 마라톤은 축제다

마라토너들 사이에선 대회에서 만난 배동성과 함께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려 자랑하는 것이 유행이다. 그의 인기는 참가자들을 대하는 섬세하고 진심어린 마음에서 비롯된다. 배동성은 대회 중 참가자들의 이름과 배번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레이스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곤 하는데, 참가자들 모두가 그의 응원을 듣기 위해 열을 올린다.

배동성은 “응원 한마디에 사람들의 기분이 달라진다. 배번이나 동호회 이름이라도 불러주면 모두들 힘이 난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드리고, 또 파이팅을 외쳐주려 한다. 그러면 시작부터 끝까지 기분 좋은 대회가 된다”며 “대회가 시작되면 사람들이 출발을 해야 하는데, 이름을 불러줄 때까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내 앞에 계속 서 계시기도 한다. 그러면 빨리 내보내야하니 1초에 몇 명씩이라도 이름을 불러드리고, 하이파이브도 해드린다”고 웃었다.

마라톤계에서 큰 인기를 누리다보니 난처한 상황도 많다. 그를 원하는 곳은 많은데, 몸이 하나라 동시에 여러 일정을 소화할 수 없을 때다. 배동성은 “어떤 때는 대회가 3∼4개씩 겹치는 날이 있다. 보통 먼저 약속을 한 대회를 가는데, 나머지 대회에선 난리다. 쌍둥이를 만들거나, 대타를 만들어 두라고도 하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참가자 분들도 ‘배동성씨 왜 지난번에 안 오셨어요. 재미없어서 혼났어요’라고들 한다. 그러면 속으로 정말 기분이 좋다. ‘내가 아직 살아있구나’ 하면서. 어느 무대, 어느 자리에 있어도 마이크를 잡을 때는 그 순간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사람들이 웃으면 나도 모르게 웃고, 행복해진다. 그 덕분에 오래도록 건강하게 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 가수로 또 다른 즐거움 드릴게요

긍정 에너지를 한가득 품은 배동성은 중년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가수로서의 재도전이다. 2010년 생애 첫 앨범을 냈던 그는 이달 말 정규 2집을 발표한다. ‘오빠가 쏠게’와 ‘불꽃 남자’라는 제목의 두 곡이 담겼다. 그는 “장르는 세미트로트 정도다. 사실 트로트라기보다는 재미있고, 빠른 댄스곡이다. ‘오빠가 쏠게’는 원래 박현빈에게 가려던 노래였는데, 내가 중간에 빼앗았다”고 웃으며 “절친 박미경씨가 코러스를 해줬다. 이달 말 음원을 발매하는데, 히트곡 하나쯤은 보유한 가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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