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비명] [사이드]“루저처럼 보는 시선 상처”…학과 사무실에는 찾아가지 않은 졸업장만

- 취업 못한 대졸자들… “한학기만 더 다닐게요”
- 취업한파 대학 졸업예정자들 그대로 덮쳐
- 휴학, 졸업유예는 기본…인턴에 제2외국어에 이력서 한줄 더쓰려 몸부림


[사진=19일 서울 소재의 한 학교 도서관. 학생들이 방학중임에도 나와, 공부를 하고 있다. 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병국ㆍ성기윤 기자] 서울소재 한 대학에 다니는 김동현(27ㆍ가명ㆍ기계과) 씨는 올해 2월 졸업을 미뤘다. 자동차 설계 분야로 진로를 잡았지만 아직 취업이 안됐기 때문이다. 그는 취업을 위해 학교에서 제공하는 ‘자소서 프로그램’ 수업 참석차 학교에 간다. 그는 집을 나설 때마다 “희망을 갖자”고 외운다. ‘취업 희망’이 실낱 같이 얇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어서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자 올해 2월 각 대학 졸업식 풍경도 썰렁하다. 한 대학교 학과 사무실에는 찾아가지 않은 졸업장들이 쌓여있다. 사무실 관계자는 “학과 사무실엔 지난해 찾아가지 않은 졸업장이 쌓여 있다. 취업 못한 사람이 졸업식 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졸업식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구 소재 A 대학의 학과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 대학 학생 김현영(23ㆍ가명ㆍ여)씨는 취업 얘기가 나오자 한숨부터 쏟아냈다. 김 씨는 “취업이 안돼힘들어하는 선배들 얘기를 들으면 슬프다. 청년 취업난이 이제서야 피부로 느껴진다”고 했다.

통계청은 지난 1월 실업률이 4.5%라고 밝혔다. 19년 만에 최악의 수치다. 고용한파는 청년, 그 중에서도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그대로 덮치고 있다.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는 4년제 대학 졸업 예정자 10명중 8명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19일 찾은 서울 소재 한 대학 연구관 앞에 걸린 현수막에는 “2018년 2학기 선배님들의 취업을 축하한다”고 쓰여 있다. 현수막 하단에는 총 18명의 ’취업 합격생’의 이름이 적혀 있고 명단에는 10년전에 대학에 입학한 08, 09 학번 등 고학번들의 이름이 다수 보였다. 취업이 축하를 해줘야할만큼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정민(26ㆍ가명ㆍ경제학과) 씨도 올해 2월 졸업 대상자지만 졸업을 유예했다. 이 씨는 “보통 취업 때문에 휴학을 많이해서 졸업안한 동기들이 많다”면서 “졸업을 한 학생 중에는 취업한 학생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영어로는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한 이 씨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올해 봄학기까지만 더 다녀볼 생각이라고 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북구 소재 B 학교에 다니는 김현경(23ㆍ가명ㆍ여ㆍ영문과)씨 역시 졸업을 미뤘다. 2년뒤인, 2021년 취업까지 생각 하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다행히 인턴에 합격, 이력서에 한 줄을 더 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김 씨는 “교육출판 쪽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인턴을 해야 취업에 유리하다 생각해 인턴을 하게 됐다”며 “나의 일이 된 상황에서 취업률이 낮다는 보도를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높은 실업률과 깜깜한 취업시장 뿐만이 아니다. 자신들에 대한 주변의 과도한 관심도 버텨내야 하는 것 중 하나다. 한 대학생은 “올해 설 명절 때 차례만 지내고 집밖으로 나갔다. 어디 지원할 것이냐고 친척들이 물어보는데 부담이 되더라”고 했다. B 대학교의 안성민(27ㆍ가명ㆍ일어일문전공) 씨는 “취업 못한 사람들은 루저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고 불편하다. 집에서는 기다려 준다고 하는데, 집안 형편이 넉넉치 않아 집에서 더 기다리게 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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