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웅진에너지, 윤석금 발목 잡은 계열사 부실

- 코웨이 재매각 추진…또다시 PE로 넘어갈 운명
- 계열사 부실이 전체 위협, 7년 전 극동건설 판박이 

[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 웅진그룹(회장 윤석금·사진)이 웅진코웨이를 석달만에 되판다.

27일 ㈜웅진에 따르면, 재무리스크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코웨이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웅진그룹 모회사인 웅진씽크빅을 통해 코웨이 지분 22.17%를 1조6850억원에 사모자금 운용회사(PE)인 MBK파트너스로부터 양수한 지 석달만이다. 웅진은 이후 2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지분을 25.08%로 늘렸다.

그런데 인수금융 90% 이상을 차입으로 해결한 게 문제가 됐다. 웅진은 총 1조6000억원의 자금을 스틱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전환사채(CB)를 발행해주고 빌렸다. 연간 이자만 500억원 넘게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코웨이 인수 직후 웅진에너지의 부실이 현실화됐다.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기나긴 치킨게임 끝에 두손을 들고 만 것. 웅진에너지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계열사의 부실은 지주사인 ㈜웅진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BBB+에서 BBB-로 하락,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겼다. 신용등급 하락은 금융조달비용 증가를 불러와 차입금 원리금 상환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당장 오는 8월 만기 도래하는 1300억원의 차입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얼추 7년 전 모습과 판박이다. 극동건설에서 시작된 위기가 그룹 전반으로 번져 2012년 10월 지주사인 ㈜웅진(당시 웅진홀딩스)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현금창구나 다름 없던 코웨이를 MBK에 1조2000억원에 팔아야 했다. 웅진식품, 웅진케미칼 등도 함께 매각됐다.

절치부심, 5년여 준비 끝에 다시 품은 코웨이였지만 이번에도 계열사 부실로 웅진그룹의 발목이 잡혔다. 이번에 코웨이와 함께 웅진플레이도시, 웅진북센이 팔려갈 처지다.

웅진그룹 측은 “어렵사리 인수한 코웨이를 다시 매각하게 돼 (임직원과 투자자들에게)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예상치 못한 재무리스크로 인해 향후 그룹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위기발생 이전 선제적으로 코웨이를 매각해 모든 부채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며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그룹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1년 내 매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코웨이 매각 자문사는 인수를 주관했던 한국투자증권으로 결정됐다. 코웨이는 지난해 매출 2조7000억원에 영업이익 5200억원을 낸 우량기업이다. 문제는 덩치가 훨씬 커져버린 코웨이를 누가 선뜻 인수하느냐다.

업계 관계자는 “1년내 매각을 끝내야 하는 웅진으로서는 또다시 PE와 손을 잡아야 할 수도 있어 기업가치 하락이 우려된다”라며 “매각 당시 GS, 롯데, 현대백화점 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사정이 많이 달라졌고, 중국 등 해외 업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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