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급 4월 재보선…野 ‘김종인 영향력’ 더 커진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실상 ‘미니 대선’의 공천권을 쥐게 됐다. 당 장악력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내년 4월7일로 잡힌 재보궐 선거에서 부산시장에 이어 서울시장까지 새로 뽑아야 하는 등 판이 커진 데 따른 결과다. 당 안팎에선 ‘김종인 대망론’도 보다 자주 언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당의 중진 의원은 13일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곧장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는 서울시장 후보를 뽑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권력의 크기는 얼마전과는 비교도 못할 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재판 결과, 20대 국회 당시 벌어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재판 결과에 따라 선거 지역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이 지사는 2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300만원 벌금형을 받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최종심을 앞두고 있다. 김 지사도 ‘드루킹 대선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 1심에서 유죄 신고를 받고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충돌’ 재판에는 통합당 의원 9명 등이 엮여있다. 21대 총선 때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까지 감안하면 사상 초유의 ‘무더기 재보궐’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범야권에선 벌써부터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중진급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김세연·김용태·이혜훈 전 의원 등이다.

서울시장 후보는 웬만한 대권주자도 쉽게 지나치지 못할 만큼 유혹적인 자리다. 서울시장은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정치·경제·문화 등 중심지의 시정을 맡는 만큼 ‘소통령’의 존재감을 내보일 수 있다. 국무위원급으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장과 달리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등 영향력도 상당하다. 후보군이 난립하는 등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김 위원장의 영향력은 그럴수록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아예 내년 재보궐 선거를 염두 둔 발언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난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정강정책개정특위 세미나에서 “(내년에는)대통령 선거에 버금가는 선거를 해야 한다”며 중요성을 부각, ‘판 짜기’에 나선 것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저출생대책특별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

정치권은 김 위원장이 공천권을 어떻게 휘두르고, 어떤 성적표를 받아드느냐에 따라 ‘김종인 대망론’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선을 치를 분위기를 조성하면 내 임무는 끝”이라고 부인했지만, 현재 범야권에선 독보적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면 여론이 그를 추대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 내 돌고 있는 이야기다.

실제로 범야권에선 황교안 통합당 전 대표가 21대 총선 참패로 물러난 후 차기 대권주자로 윤석열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 방송인 겸 요리연구가인 백종원 씨까지 언급되는 등 인물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세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경륜, 경험이 가장 주목받는 가치가 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내년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그 자체가 뚜렷한 성과가 돼 범야권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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