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5G속도 1등" LGU+광고에 단단히 뿔난 SKT·KT

LG유플러스가 자사의 5G(5세대) 이동통신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대대적인 광고에 나서면서, 국내 이통통신 사업자 1·2위인 SK텔레콤과 KT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객관적인 검증절차나 근거 없이 신뢰할 수 없는 주장을 펼치며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 26일 간담회를 열고 ▲LG유플러스의 주장은 통신 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앱)인 ‘벤치비’의 약점을 활용한 것이며 ▲속도 측정 시 사용한 단말 역시 시장 점유율 80% 이상인 삼성 ‘갤럭시 S10 5G’가 아닌 계열사 제품인 ‘LG V50 씽큐 5G’여서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5G서비스가 상용화된 이후 ‘불법 보조금’까지 남발해가며 뜨거운 초기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여온 이통 3사가 이번엔 ‘속도 및 품질 이슈’로 날카로운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논란의 시작

LG유플러스는 지난 24일 일부 언론에 ‘(자사의)5G 속도가 서울에서 1위’라는 내용의 애드버토리얼 기사(기사형 광고)를 냈다.

이 기사에서 LG유플러스는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벤치비를 통해 서울 25개구 내 186곳에서 스마트폰 데이터 통신속도를 측정, 통신 3사의 5G 평균 속도값과 비교한 결과 181곳에서 LG유플러스가 가장 빨랐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의 186곳 측정 평균값은 480Mbps(초당메가비트)였는데, 이는 각각 348Mbps와 323Mbps를 기록한 SKT와 KT보다 월등히 빨랐다고 했다.

또한 3개 대학을 비롯해 광화문과 여의도, 강남역, 대학로, 코엑스, 천호동 등 서울 시내 주요 거점 6곳에서 LG유플러스의 5G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광고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말기와 망 연동 작업을 일찍부터 준비해서 최적화 작업이 빠르게 적용돼 네트워크 품질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쟁사들은 현재 5G 속도에 대한 정부 공식 통계가 없다는 점을 들며, LG유플러스의 벤치비 측정 데이터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LG유플러스는 기사형 광고 외에도 ‘비교불가 한판 붙자! : 5G 속도측정 서울 1등’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광고 포스터를 대리점에 배포했다.

이에 KT는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LG유플러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끈한 KT “갤S10 5G로 측정하면 LGU+ 속도 확 떨어져”

김영인 KT네트워크 전략부분 상무는 26일 “이는 절대 수긍하지 못할 내용”이라며 “LG유플러스가 LG V50 씽큐로 5G 최적화 작업을 많이 해서 일부 지역에서 V50 씽큐의 5G 속도가 빠를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V50 씽큐가 아닌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단말기를 이용하면 결과값이 달라진다. 되레 갤럭시 S10으로는 이통3사 중 LG유플러스 속도가 가장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V50 씽큐 단말의 시장 점유율이 30%가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해당 단말을 이용해 속도 측정한 값으로 홍보하는 것은 매우 치졸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상무는 이날 단말을 달리해 벤치비로 측정한 데이터도 공개했다. 그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한 달간 연세대 반경 2㎞ 내에서 다운로드 평균속도를 측정했는데 LG유플러스의 경우 V50 씽큐에서 597Mbps를 기록했지만 갤럭시 S10에선 속도가 372Mbps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20일 연세대 부근에서 드라이빙 테스트로 5G 속도를 자체 측정한 결과 KT 다운로드 속도가 235Mbps로 이통3사 중 가장 빨랐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벤치비로 측정한 결과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측정값이 넓은 지역을 대표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며 LG유플러스의 광고가 의도적으로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SKT “LG유플러스도, KT도 다 엉터리 테스트 결과”

SKT는 LG유플러스 논란에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잘못된 정보’라고 선을 그었다.

류정환 SK텔레콤 5GX 인프라그룹장은 이날 “LG유플러스의 데이터를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5G 속도는 어떤 시간대에 누가 어떻게 측정했는가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지기 때문에 세부 데이터를 봐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KT의 자체 드라이빙 테스트 결과도 신뢰할 수 없다”면서 “5G 속도와 품질은 ‘장치의 수’에 달려 있고, SKT는 현재 통신3사 중 가장 많은 4만4000여개의 하드웨어 장치를 보유 중”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류 그룹장은 LTE와 5G 연동망 때문에 타사보다 LTE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그럴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LTE의 도움을 받아 5G를 서비스하는데, 5G 속도를 높이려면 LTE의 속도도 함께 올릴 수밖에 없다”라며 “LTE 품질이 5G 결합기술 때문에 나빠진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판 붙자!” LG유플러스의 자신감?

LG유플러스는 5G 속도 품질에 대한 경쟁사의 문제제기와 관련해 ‘통신 3사 5G 속도품질 공개검증’을 제안한다.

LG유플러스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쟁사의 속도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개 검증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LG유플러스는 ‘벤치비 속도 측정’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경쟁사 주장에 대해 “벤치비는 국내 대표 모바일 속도측정 어플리케이션으로 100만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다”며 “모바일 인터넷의 다운로드 및 업로드 속도, 지연시간, 손실률에 대한 속도측정과 이력 관리 기능 및 측정통계 정보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갤럭시 S10 5G가 아닌 LG V50 씽큐를 사용해 속도를 측정했다는 논란과 관련해서는 “5G 국내 100만 가입자 돌파 이후 소비자들은 통신사의 속도품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올바른 정보 제공을 위해 최근에 출시한 단말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허블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