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생결합상품 투자 8224억원, 손실률 최대 95% 예상

최근 무더기 원금손실 위기에 처한 선진국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의 판매잔액이 8224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되면 투자자들이 원금의 절반에서 최대 전액을 날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 현황을 이같이 파악하고 향후 합동검사와 분쟁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7일 기준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잔액은 총 8224억원이다. 우리은행이 가장 많은 4012억원어치를 판매했고, 이어 하나은행(3876억원), 국민은행(262억원), 유안타증권(50억원), 미래에셋대우증권(13억원), NH증권(11억원) 순이었다. 전체 판매잔액의 99.1%(8150억원)가 은행에서 팔렸고, 나머지 74억원은 증권회사에서 판매됐다. 특히 개인투자자(3654명)가 투자한 금액이 7326억원으로, 전체 판매잔액의 89.1%를 차지했다. 1명당 평균 투자금액은 2억원꼴이다. 법인(188사)은 898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파생결합상품은 크게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로 나뉜다. 증권사가 금리, 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만든 상품이 DLS라면 DLF는 자산운용사가 이를 사모펀드 폴트폴리오에 넣어 만든 펀드 상품이다.
펀드매니저의 운용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일반 펀드와 달리 금리, 환율 등의 움직임에 따라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사전에 약정한 대로 수익률이 결정된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상품은 미국과 영국의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와 연계된 상품으로, 모두 6958억원어치가 판매됐다. 최근 이들 국가의 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7일 기준으로 판매잔액 중 5973억원(85.8%)이 손실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만기(올해에서 2022년 사이)까지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경우 예상 손실 금액은 -3354억원, 평균 예상손실률은 56.2%이다.

독일국채 10년물 금리와 연계한 상품도 1266억원어치 팔렸다. 독일국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판매금액 전체가 손실구간에 진입한 상황이다. 현재 금리가 만기(9∼11월)까지 유지될 경우 예상 손실 금액은 1204억원, 평균 예상손실률은 사실상 전액에 가까운 95.1%이다.

이 상품 구조는 매우 복잡하게 설계돼 파생상품 투자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손실폭을 일정 범위 내로 제한한 파생상품도 있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선진국 금리연계형 상품은 원금을 몽땅 날릴 수 있는 상품이었다. 독일국채 10년물 금리연계 상품은 만기 때 금리가 미리 설정해둔 행사가격(-0.25%)을 0.01%만 내려가도 원금의 2.5%를 잃고, 0.4% 이상 하회하면 원금 전액을 잃는 구조다.
이들 상품과 관련해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건은 29건이다. 금감원은 이달 중 판매사(은행 등), 발행사(증권사), 운용사를 대상으로 합동검사에 나서 해당 상품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살피고 내무통제시스템을 점검하는 한편 분쟁조정도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이 금융회사를 통해 다수의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됐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이해가 쉽지 않고, 일부 상품의 경우 레버리지가 높아 만기 시 손실률이 9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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