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임명된 靑의전비서관, 원래 외교관 맡던 자리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통하는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청와대 새 의전비서관에 임명된 것이 화제다. 이 자리는 역대 정부에선 주로 외교관이 맡아 온 자리라는 점에서 외교와는 거리가 먼 탁 비서관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의전비서관의 주요 업무가 행사기획이고 탁 비서관이야말로 행사기획의 최고 전문가”라는 입장이다.

31일 외교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역할은 대통령 해외순방에 동행하며 각종 행사를 챙기고 한국을 찾은 외국 귀빈들의 대통령 예방 일정과 격식 등을 조율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무 성격상 외교부와 접촉할 일이 많기 때문에 역대 정권에선 외교부에 근무하는 현직 외교관이 파견 비슷하게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일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다. 반 전 총장은 김영삼(YS)정부 시절 청와대 의전수석비서관을 지냈다. 당시만 해도 수석비서관(차관급)이었던 것이 나중에 일반 비서관으로 낮아진 것이다. 그는 YS의 총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김대중(DJ)정부 시절 외교부 차관을 거쳐 노무현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내고 유엔사무총장에도 당선돼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재직했다.

DJ정부 청와대의 초대 의전비서관인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도 외교부에서 주중국 대사관 공사, 아주국장 등을 지내고 청와대로 이동했다. 그는 DJ의 신임이 아주 두터웠으며 의전비서관을 마친 뒤에는 외교부로 복귀해 주중대사로 발탁됐고 이명박정부 시절엔 통일부 장관을 맡기도 했다.

외교관이 청와대 의전을 책임지는 관행은 문재인정부 들어 잠시 무너지는 듯했다. 국회의원 등 정치인 보좌관을 오래 맡아 의전 업무 자체에는 밝지만 외교 경험이 전무한 조한기 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이 2017년 5월 문재인정부 출범과 거의 동시에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기용됐다.

그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부속비서관으로 이동한 2018년 6월에는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종천 전 김근태재단 사무처장이 의전비서관에 발탁됐다.

김 전 비서관이 지난해 11월 음주운전으로 낙마한 뒤에는 3개월가량 의전비서관 자리가 공백으로 있었다. 그러다 박상훈 당시 외교부 공공외교 대사가 의전비서관에 임명되면서 ‘의전비서관=외교관’의 전통으로 복귀하는 듯했다.

하지만 현직 외교관인 박 비서관이 재외공관 근무를 앞두게 되면서 청와대는 다시 비(非)외교관 출신 인사를 의전비서관으로 택했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주인공이다. 아무래도 대통령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 비서관인 만큼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인사가 더 편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를 모르는 의전비서관이 괜찮은가’ 하는 우려 섞인 시각에 대해 청와대는 “참여정부 시절 행사기획비서관과 의전비서관이 이원화된 것을 의전비서관으로 통합했는데, 행사전문가가 의전비서관을 맡을 수도 있고 의전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맡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행사기획과 의전 엄무가 반반씩이니 의전에 밝은 외교관 기용도 가능하지만 행사기획 전문가 또한 얼마든지 의전비서관 일을 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탁 비서관은 탁월한 행사 전문가로서 여러 차례 역량을 발휘했다”며 “대통령 행사에 자문 역할을 그동안 해왔던 등 이것저것 모두 고려한 인사”라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허블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