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페북 막자"…SKB-넷플릭스 재정 핵심은 '이용자'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와의 망사용 협상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 신청으로 새국면을 맞고 있다. 페이스북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재정을 계기로 페이스북 사태와 같은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지난 12일 넷플릭스와 망사용에 대한 갈등을 중재해달라는 재정 신청을 함에 따라 관련 절차를 준비중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 상호간 발생한 전기통신사업 관련 분쟁 중 당사자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방통위에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 재정신청 접수한 날부터 90이내 재정이 이뤄져야 하고 한 차례 90일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방통위는 "중립적인 제3자 위치에서 당사자 간 협상과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분쟁 해결에 노력할 것"이라며, "분쟁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한 뒤 법률, 학계, 전기통신분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심의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SK브로드밴드의 재정 신청이 단순히 사업자간 분쟁의 중재를 넘어 과거 페이스북 사태의 재발 방지와 향후 합리적인 망이용대가 산정의 바로미터 역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국내 진출 및 시장 잠식, 국내 CP와의 역차별 논란 등에 더해 이용자를 보호 등 다양한 쟁점을 포함하고 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의 중재가 법적 효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계약 당사자간 협상에 직접 개입도 어려워 사실상 명확한 결과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해관계자간 첨예한 대립으로 국내외 CP간 역차별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도 더 이상 뒷짐 지고 있을 수 없는 상황으로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포그래픽=아이뉴스24]


◆ 중재 요청은 예견된 상황…"이용자 보호책 필요"

SK브로드밴드의 넷플릭스 협상 중재 요청은 사실 예견된 수순이었다. 앞서 페이스북의 경우도 국내 통신사와 망사용료를 놓고 갈등을 빚다 지난 2016년말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KT에서 홍콩으로 임의 변경, 논란이 됐다.

페이스북 접속 속도가 느려지면서 이용자들이 통신사에 불만을 토로하며 사태가 커진 것. 결국 정부가 이용자 피해 등을 이유로 이를 제재했지만 행정소송 등을 거쳐 방통위가 패소한 바 있다. 관련 법적 조항이 미비하다는 이유에서다.

올들어 1월 페이스북과 비슷한 상황이 넷플릭스에서도 발생했다.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인 통신사가 유사한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서 이의 해소를 위해 넷플릭스의 해외망 접속회선 용량 증설에 나선 것. 지난 1월 25일 SK브로드밴드가, 2월에는 KT가 용량을 증설했다.

통상 페이스북과 달리 넷플릭스는 온라인동영상 서비스로 발생 트래픽과 사용량이 더 많다. 방통위의 2018년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 내 넷플릭스 점유율은 1.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통신사가 회선 증설에 나선 것은 가입자 증가와 함께 트래픽이 폭증한 탓이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7만명이었던 국내 넷플릭스 유료가입자는 지난 10월 200만명을 돌파,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국내 IT업계의 트래픽의 5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올해에만 넷플릭스가 발생시킨 트래픽을 수용하기 위해 3차례의 용량 증설이 있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화될 수 있다. 당장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알려진 디즈니 플러스의 국내 상륙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에 따른 트래픽 폭증 역시 예견된 수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경우 일부 망사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으나 구글이나 넷플릭스는 망이용에 대한 어떠한 비용도 내지 않고 있다"며, "선진국 사례만 놓고 저울질할 게 아니라 네트워크 강국임을 고려해 선제적인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와이즈앱]


◆ 갈등의 골 깊어질 수록 불편한 것은 결국 '이용자'

국내외 CP를 둘러싼 역차별은 해결돼야 할 과제이나 상황은 복잡하다.

앞서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국내외 CP가 한 목소리로 망이용대가 인하와 이를 위한 상호접속 고시 개정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 반면, 통신사는 국내 CP와 달리 무임승차로 이용중인 해외 대형 CP를 대상으로 합리적인 이용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법적 미비에 따른 패소로 판단,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 개선과 함께 관련 법 개정 등을 통해 역차별을 바로잡기 위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글로벌 CP 등이 버티고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사업자간 지속적인 갈등 속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 몫이 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트래픽이 폭증하면 통신사의 증설도 한계 상황이 되고, 느린 속도의 서비스는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게 돼 통신사와 CP 모두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정부가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기존 방침을 관철시키려면 이용자 보호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학계 전문가는 "협상력 열위의 국내 ISP가 글로벌 대형 CP에게 합리적 대가를 지불받지 못하게 되면, 이는 신기술 투자를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국내 ICT 생태계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며, "이용자들도 망사용료 지불 비중이 큰 상황으로 기업이 이용자의 부담을 좀 더 가져가는 방향의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정부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협상 문제해결에만 나설 게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방통위는 지난 19일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제1소위 마지막 회의를 통해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은 연내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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