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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는 통일에 걸맞은 자유를 주지 못했기에 실패

춘추전국시대란 기원전 770년 주(周)나라가 융족에게 밀려 동쪽 낙양(낙읍)으로 옮겨온 시대부터 진(秦)이 전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 대략 550년의 기간을 말한다.

<춘추전국이야기 10: 천하통일>은 진시황의 등장과 진나라의 통일전쟁 과정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진군에 맞선 동방의 6국은 끝까지 와해되지 않고 항전을 벌였지만 결국 견뎌내지 못하고 멸망했으며, 수많은 사람이 전장에서 죽었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통일을 이룬 진나라는 황제 중심의 관료제 국가로 변화를 꾀하고 제국의 영토를 넓혔으나, 백성의 자유를 억압하는 통치로 인해 곧 몰락하고 말았다. 대제국 진나라의 탄생과 멸망 과정을 살펴보면서 통일 시대에 부합하는 힘과 정신, 거대 제국을 이끌어가는 숨은 힘의 가치가 무엇인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진왕 정(진시황)은 여불위·노애·성교 등 정적들을 모조리 제거하며 철두철미하고 냉혹한 성격의 인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필요할 땐 낮은 상대라도 먼저 머리를 숙일 줄 아는 유연함도 함께 겸비했다. 첩자로 잠입한 외국인도 쓸모가 있다면 신하 자리를 내주었고, 공신들에겐 끝없는 신뢰와 아낌없는 후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해마다 큰 전쟁이 벌어지는 전국시대에도 진왕 정은 어떻게 사람을 써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엄격한 군법에 따라 군사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켜 최강의 군대를 만들어냈고, 연이은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진시황은 통일 후 각국의 제도를 하나로 통합하고 군법과 다름없는 강력한 법으로 백성들의 자유를 억압했다. 노역자들을 시켜 만리장성?아방궁?황릉 등을 쌓게 했으며, 사상을 없애기 위해 책을 불태웠고, 유학자들을 파묻었다. 저자는 로마의 알렉산드로스와 진시황을 비교하면서, 관대함 없이 잔혹함만 내세운 통치자의 말로가 어떠한지 제시한다. 그들은 제국을 세운 뒤 자화자찬에 취해 백성들을 학대하면서도 반성하지 않았고, 마침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몰락의 길을 걸었다. 진나라는 결국 “왕후장상의 씨가 어찌 따로 있는가”라며 반진의 횃불을 든 반란군의 등장하면서 통치의 막을 내린다.

저자는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여러 진간(秦簡)을 토대로 진의 군법과 병단의 규모, 진의 병단에 대항해 성을 지킨 열국의 군대 등을 추적하면서 대규모 통일전쟁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미 한나라를 점령한 진군은 왕전을 앞세워 조나라의 명장 이목이 지키고 있던 한단의 보루를 공략한 다음, 온 백성이 합세하여 필사적으로 버틴 위나라 대량성까지 포위해 무너뜨렸다. 이어서 초나라 수도인 영이 함락되었고, 마지막 남은 연나라와 제나라마저 진나라에 흡수되었다. 이렇게 6국이 허망하게 멸망하면서 전국시대가 끝났다.

진의 거센 기세에 쉽게 대항할 수 없었지만, 전국의 판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예로 연나라 출신의 협객 형가(荊軻)는 진에 잠입해 독을 바른 검으로 진시황을 살해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서 이 사건을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협(俠)’과 질서를 추구하는 ‘법(法)’의 대결이라고 보았는데 저자 또한 이에 동의한다. 진나라에 항복한 열국 사람들은 자유에 대한 희망까지 포기하지 않았지만, 진나라는 그들에게 통일에 걸맞은 자유를 주지 못했기에 실패했다. 그렇다면 진정한 제국의 조건은 무엇이며, 통치자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진나라의 통일과 멸망 과정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사마광을 비롯한 관변 사학자들은 형가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다. 그는 이른바 직업으로 사람을 찌르는 자객도 아니요, 남의 고용인도 아니다. (중략) 진으로 대표되는 제국, 점점 죄어오는 그 거대 국가의 압력에 맞서 그는 삶을 걸고 싸웠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은 그의 삶을 삼켜버렸다. 하지만 형가를 통해 태사공이 말하고자 한 바는 아직도 유효하다. ‘모든 인간은 국민(國民) 이전에 자연인(自然人)이다.’ _ 148~149쪽, 〈제4장 돌아가지 못한 장사, 돌이키지 못한 시절〉 중에서

진시황은 삶을 지나치게 사랑했다. 죽음에 임하여 모든 것을 벗어버린 한고조 유방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삶을 사랑하는 것은 생물의 본성이지만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는 욕망은 경험칙(經驗則)을 벗어난 행태다. 경험칙이란 상식에 준하는 것인데, 상식 속에 사는 보통 사람들을 다스리는 황제가 스스로 상식을 벗어난다면 무엇으로 믿음을 세울 것인가. 무소불위의 지도자가 생명 연장에 집착한다는 것을 알면 그 욕망에 편승해 부귀를 얻으려는 자들이 꼬이게 마련이다. _ 273쪽, 〈제7장 녹스는 철인〉 중에서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 | 352쪽 | 15,000원

인류 역사에 나타난 왕조들, 특히 동양의 왕조들은 창업주 이후 영명한 2세가 유혈을 감수하고 선대가 남긴 터전을 굳히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 명 성조 영락제는 가장 많은 피를 보았고, 그가 미친 영향력이 동아시아 전체에 길고 짙게 드리워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영락제: 화이질서의 완성>은 영락제 전기이지만, 부제가 보여주듯이 그가 구축한 ‘화이질서’에 중점을 둔 책이다.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화이질서’의 개념을 영락제가 독자성을 가지고 일본까지 포함시켜 어떻게 구축했는지에 대한 경과 보고다. 이 책을 통해 세계적 패권을 추구하고 있는 현재의 중국과 과거의 명 제국이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지 알아볼 수 있다.

영락제가 아버지 태조 주원장의 후계자일 뿐 아니라 이민족 황제 쿠빌라이의 진정한 후계자를 자임했다는 사실, 이를 위해 북경으로 천도한 과정, 이후 중화제국의 수도가 북경으로 굳혀진 이유 등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천도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수완은 그가 큰 틀을 짜는 전략가일 뿐 아니라 디테일에도 능한 마키아벨리스트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역시 화이질서 완성을 향한 그의 원모로 그려진다.

단죠 히로시 지음 | 한종수 옮김 | 아이필드 | 324쪽 | 15,000원
[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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