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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 웰스의 세계사 산책…왜 전쟁을 예방하지 못했는가

H.G. 웰스의 세계사 산책은 허버트 조지 웰스가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펴낸 책이다. SF라는 새로운 소설 장르를 개척하며 소설가로 최고의 위상을 자랑하던 그는 왜 갑자기 역사책을 썼을까?

웰스는 이 책에서 전쟁을 “피하려고만 했다면 피할 수 있었다”, “세계대전이 왜 시작되었는지가 아니라 왜 예방하지 못했는지가 더 궁금하다” 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웰스의 관심은 온통 세계의 운명에 집중된다. 그는 세상은 바뀌어야 하고 그러려면 민중을 교육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역저 세계사 대계와 그 축소판 H.G. 웰스의 세계사 산책이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 책을 썼다”는 웰스는 세계가 어떻게 성립되어 어떤 우여곡절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렀는지 여러 사건을 중심으로 쉽게 풀어냄으로써 누구라도 쉽게 세계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했다.

세계사 대계는 신채호, 함석헌은 물론 말콤 X와 인도의 네루 수상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책 속에는 승자의 세계만이 아니라 역사를 함께 일구어온 수많은 인종과 전쟁에서 패해 역사에서 사라진 종족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깔려 있다. 저자는 역사를 만드는 것은 일부 사람만이 아님을, 과거의 역사를 통해 바른 역사관을 가질 때 진일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지성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역사서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얕은 물 속 원형 생명체로 존재했던 생명들이 어떻게 육지에 상륙하게 되었는지, 인간을 제물로 받치며 신을 모시던 원시인간들이 어떻게 문명인으로 진화해 갔는지, 시리아와 아라비아를 떠돌던 셈족이 어떻게 수메르를 정복하고 바빌로니아 제국을 세우게 되었는지, 훈족의 아틸라가 어떻게 유럽을 분열시켰는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책 곳곳에 등장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끈다. 그런가 하면 구교와 신교 간 종교전쟁이 중세 유럽을 침체의 늪에 빠지게 만든 과정과 지성의 부활로 되살아난 근대 유럽을 연결지어 설명함으로써 유럽사의 썰렁한 공간을 재밌게 채워준다.

웰스는 20세기 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 당시 책이나 칼럼에서 ‘세계 단일정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낳은 고통을 지켜본 웰스는 ‘국제연맹’ 창설 계획을 적극 지지했으나 윌슨 대통령이 어설프게 국제연맹을 운영함으로써 국제 질서를 다시 정립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이에 웰스는 작품을 통해 미래 세계에 대한 경고와 의사표현을 계속했는데, 탱크나 원자폭탄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에 이것이 전쟁에 이용될 것이라고 얘기했고, 라이트 형제가 비행시험에 성공하자 비행기를 이용해 폭탄과 가스가 살포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화로운 국제 관계 속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꿈꾸었던 그의 간절한 바람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구와 인류, 국가와 제국이 어떻게 성립되고, 어떤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여 오늘에 이르렀는지, 또 그 과정에서 생긴 경쟁과 전쟁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독자들이 바른 역사관과 통찰력을 갖게 해주고자 했던 웰스의 바람은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웰스가 경고하고자 했던 전쟁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 김희주, 전경훈 옮김 | 옥당 | 559쪽 | 22,000원
[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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