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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일방적 구두 지시로 개선공단 폐쇄



김종수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전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 등 대북정책 점검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강택, 최혜경, 고유환 위원, 김종수 위원장, 임을출, 임성택 위원.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2월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조치가 공식 의사결정 체계의 토론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두 지시에 의해 취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정책혁신 의견서'를 발표했다. 

혁신위는 "지난(박근혜)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지난해 2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이전인 2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라는 지시를 내렸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의견서에 따르면 7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는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자는 내용의 원칙적 논의가 있었으나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결정한 바는 없었다.

그러나 다음날인 8일 오전 김규현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은 홍용표 당시 통일부 장관에게 돌연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라는 박 전 대통령의 구두 지시를 통보했다. 이에 같은날 오후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회의를 소집해 통일부가 마련한 철수대책안을 토대로 세부계획을 마련한 뒤 10일 발표가 이뤄졌다. 

혁신위는 "박 전 대통령이 누구와 어떤 절차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처럼 공식 의사결정 체계의 토론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일방적 구두 지시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결정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당시 '갑작스러운 운영 중단은 피해가 커 철수 시기를 잘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청와대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은 법률을 뛰어넘는 '초법적 통치 행위'라고 규정한 혁신위는 "당시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의 주요 근거로 내세운 '개성공단 임금 전용' 문구는 구체적 정보나 충분한 근거, 관계기관의 협의 없이 청와대의 의견으로 삽입됐다"고 전했다. 

특히 당시 청와대가 근거로 참고한 문건은 주로 탈북민의 진술이나 정황에 기초한 것으로 객관성과 신뢰성이 확인되지 않는다. 혁신위가 참고한 이 문건의 앞 부분에도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쓰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위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면서도 국제정세 변화 등에 따라 여건이 조성된다면 개성공단을 재개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명박 정권 당시인 2010년 발표된 5·24조치 역시 적법한 행정 행위로 이뤄지지 않아 도마에 올랐다.  

5·24조치는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과 마찬가지로 헌법, 남북관계 발전법, 남북교류협력법, 행정절차법 등에 근거한 행정 행위가 아닌, 이른바 '통치행위의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혁신위는 "남북관계도 법치의 예외가 될 수 없고 법을 뛰어넘는 통치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통일정책은 정치적 당파성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법률에 근거하여 일관성 있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혁신위는 "통일부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망명을 발표한 것은 탈북 사안을 공개하지 않던 관례와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종업원 집단탈북'은 총선을 불과 4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발표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북한 정보사항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혁신위는 "통일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남북관계에 전문성을 가진 통일부의 판단과 의견이 존중돼야 하며 일정한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통일부의 깊은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지난 9월 김종수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혁신위는 3개월여간 대북정책 추진과정을 점검하고 의견서를 마련했다. 점검 대상에는 민간 교류와 인도적 지원 중단 등의 사안도 포함됐다.

통일부는 의견서의 내용을 통일·대북 정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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